1_ 가을 트래킹에 제격인 지리산길
2_ 지리산길 안내센터
3_ 빨치산 야전병원이었던 벽송사
산자락마다 절경 숨어있는 80여 마을잇기 300㎞ 대장정 한창
지리산(智異山)은 우리 국토의 남쪽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말없이 굽어보고 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단어의 의미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산dfl지만 산에 얽힌 한도 많고 역사도 많다.
특히 민족분단의 통한을 말없이 지켜 본 산이기도 하다. 역사를 거듭하면서 지리산은 방장산, 두류산 등 명칭도 많았고, 산신(山神)에 얽힌 전설도 많았고, 언제나 민족의 지조를 지켰던 위대한 명산임에 틀림없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그 방대한 몸집도 장관이며 그 너른 가슴에 안겨 있는 수많은 비경들은 우리에게 신비감까지 가져다준다.
지도를 펼쳐놓고 지리산을 내려다보자. 전라도 땅과 경상도 땅을 사과 쪽 나누듯 절반씩을 나눠가진 그 모습과 그 자락마다 포도알처럼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는 명승지들이 경이롭게 보일 것이다. 이런 지리산에 최근 이 장엄한 산 둘레를 따라 한 바퀴를 도는 순례의 길이 열리고 있다.
지리산 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남. 전북. 경남) 5개시군(구례. 남원. 하동. 산청. 함양)에 걸쳐 있는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이어주는 300여km로 우리나라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난해부터 5년간 지리산 길이 지나가는 곳에 있는 각종 자원 조사도 벌이고 끊어져 있는 길을 잇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8년 4월 우선 20여km 길이 열렸고 10월에도 9km 정도 더 열렸다.
지리산의 북쪽에 있는 남원군 인월읍에서 산내면에 있는 매동마을을 거쳐 함양군 휴천면의 세동마을까지 이어지는 옛 고갯길을 정비해서 마음 급한 트래킹 족들에게 우선 개방을 한 것이다. 이 길은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진 다랑이 논과 산촌 마을들을 만나고 산사를 지나 강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길이다.
봄에 걷기 좋은 길은 매동마을에서 금계마을까지 이어지는 1구간.
중간에 논물을 대 놓은 다랑논이 아름다운 중황마을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며 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던 등구재를 지나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창원마을 뒷당산을 잇는 이 길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구간이다.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벗 삼아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웃마을 나들이 가듯 걷다보면 어느새 금계마을에 이른다.
4_ 벽송사에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5_ 불교 조각작품이 가득한 서암정사
늦가을이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에는 의중마을에서 시작하여 세동마을에서 끝나는 2구간이 더 걷기 좋다.
벽송사에서 송대마을로 넘어가는 길은 경사도 급하고 좁은 산길이 많아 산행 채비를 하고 도전해야 하지만 힘든 만큼 그 보람도 두 배가 되고 겨울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스산한 분위기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2구간은 의중마을에서 시작하지만 서암정사나 벽송사 같은 유명한 암자나 절을 구경하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해 추성마을까지 간 후 걷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서암정사는 벽송사의 ‘서암’이라는 작은 암자였지만 원응스님이 암자에 있는 바위에 사천왕을 새기고 자연동굴에 석굴암 버금가는 극락전을 만드는 등 절 구석구석에 불교 조각품을 만들어 놓은 이색적인 곳이다.
벽송사는 한국전쟁 때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사찰로 이곳에서 빨치산 길이라는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도 시작된다.
벽송사 뒷길에서 송대마을로 이어지는 산길은 옛날 우리 선조들이 다녔던 길이 이랬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자연스러운 숲길이다.
가파른 등성이도 있고, 구불구불 산책로 같은 구간도 있고,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를 걸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구간도 이어지는데 송대마을로 내려오는 약 1km 구간은 바위투성이의 험한 구간이다. 이 코스는 '소 잃어버린 길'이라는 재밌는 이름이 붙은 구간으로, 길이 험해서 소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상처를 보듬고 사는 부처마을이라 소개되고 있는 송대마을은 일곱 가구가 흩어져 살고 있는 화전마을이다. 한국전쟁 때에는 빨치산의 중요한 양식 보급처이며 은신처가 되었던 곳으로 이 마을 뒤편 능선이 만들어 낸 자연 와불이 누워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세동마을까지는 잘 닦여진 임도가 펼쳐진다.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에 세 들어 사는 마을인 세동마을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서 아쉬운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 지리산길 트래킹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들러보자
지리산길 안내센터(063-635-0850, www.trail.or.kr)를 찾아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네비게이션에서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198 번지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 가면 지리산길에 대한 코스 소개와 만나게 되는 풍경, 사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 주의할 점 등 트래킹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점심시간 : 12:30 - 13:30)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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