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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돌아보는 서해안 섬 여행

박상규 2009. 7. 11. 15:17


하루 동안 돌아보는 서해안 섬 여행

옥구도, 똥섬, 오이도부터 탄도 누에섬까지 쭉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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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옥구도, 똥섬, 오이도 여행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 못한 요즘, 여행이라고 다니는 것도 너무 멀리 가면 적잖은 부담을 줍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시고, 그래서 제가 가까운 서해안쪽으로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몇 가지 일정을 잡아봤습니다.

제 경험에 의한 곳들이므로 다분히 주관적일 겁니다. 이해하시고 여행 일정 잡는 데 조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 저희는 다섯 살 난 아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했습니다.

우선 휴일 당일엔 가능한 일찍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넉넉하게 돌아보고 올 수 있지요. 제일 먼저 잡은 일정은 옥구도와 똥섬에 들렀다가 오이도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먼저 제2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 방향으로 달리다가 시화공단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갑니다(영동고속도로 월곳 나들목으로 나가도 됩니다).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가면 쭉 뻗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옵니다. 속도 감지기가 2대 설치되어 있으니 과속은 금물입니다. 달리다보면 좌, 우측으로 광활한 폐 염전 일대가 펼쳐지고 끝없는 갈대밭의 황금색 물결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도로를 거의 다 빠져나오면 우측으로 소래포구가 보입니다. 저곳도 일정에 넣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제외했습니다. 이제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오이도 이정표를 보고 4차로로 쭉 뻗은 길을 달립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월곳 나들목을 지나 한참 달리면 고가도로를 넘게 됩니다.

이 고가도로를 넘으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공원이 바로 옥구도에 조성된 공원입니다. 그리고 그 정상에 옥구정이라는 정자가 보일 겁니다. 공원 주차장에(무료) 차를 세우고, 정상에 올라갑니다. 넉넉잡고 왕복 1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곳 옥구도는 불리는 이름도 참 많았습니다. 돌이 많다고 하여 석도, 석출도, 석을주도, 석옥귀도, 옥귀도 등으로 불렸다는군요. 인근에서는 오이도와 함께 옥귀도(일명, 옥귀섬)라고도 했다는데, 후대에 이르러 지금의 이름인 옥구도로 정착이 됐습니다.

1998년 초까지만 해도 해안 초소 등으로 민간인들은 이곳에 출입을 할 수 없었다는군요. 그저 불모지에 불과했던 이곳을 시흥시가 1999년 2월부터 공원으로 조성하여 2000년 초에 개장하였다고 합니다.

▲ 멀리 오이도와 중간에 봉긋하게 올라온 똥섬이 보입니다.
ⓒ2005 방상철
정상에서 바라보면 똥섬과 오이도가 보일 겁니다. 이제 내려와서 똥섬으로 먼저 가보겠습니다. 똥섬은 한눈에 섬 전체가 다 들어올 정도로 작습니다. 봉긋하게 올라온 봉우리가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기 전, 그리니까 시화공단 일대가 갯벌이던 때, 밀물 때면 동그랗게 솟아 마치 '똥 덩어리' 같았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부르던 그 이름을 그대로 지명에 올려 '똥섬'이라고 한답니다.

옥구도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오던 길로 계속 달리면 오른쪽에 군부대를 지나고 오이도 해양단지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우회전해서 들어갑니다. 삼거리에 다다르면 왼쪽이 오이도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똥섬으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우회전해서 똥섬으로 길을 잡았으면 약 500미터 정도 달립니다. 그러면 섬의 입구가 왼쪽에 보입니다. 잘 보셔야 합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두 개의 장승이 출입구에 버티고 있는 곳이 섬의 입구입니다.

▲ 똥섬
ⓒ2005 방상철
이곳은 개인 사유지입니다. 섬에는 인다바(INDABA)라는 작은 레스토랑 카페가 있는데 이곳의 주인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잠깐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금방 다녀온 옥구도가 멀리 보이고 오이도도 보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부려도 좋을 것 같고, 연인끼리라면 스테이크, 파스타, 칵테일, 스파게티 등의 메뉴도 있으니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제 다시 차를 돌려 오이도로 향합니다. 때가 대충 점심때가 됐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오이도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칼국수도 좋고 오랜만에 찾은 서해바다라면 조개구이를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이라면 갯벌에서 바지락을 잡는 것도 좋습니다만 겨울이라면 사실 별로 할 건 없습니다. 바다라 춥기 때문이지요. 특히 저희처럼 어린 애들이 있다면 오이도에서는 식사만 해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오이도
ⓒ2005 방상철
이곳 오이도도 옛날엔 시흥시 최서 남단에 위치한 '섬'이었답니다. 옛날 이름은 오질애(吾叱哀)였고, 그 후 오질이도(吾叱耳島)로 변했다가 조선시대 말부터 지금의 이름인 오이도로 불리기 시작했답니다. 이름으로 보면 영락없는 섬인데, 육지와 연결되어 지금은 전혀 섬처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럼 언제 이곳이 육지와 붙었을까요?

바로, 1922년 오이도 일대에 일본인들이 염전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은 후부터라는 군요. 그러나 이 염전도 1988년부터 공단이 조성되며 사라졌습니다. 이제 시간이 오후 2시 정도 됐나요? 여기서 일정을 나눌 수 있겠군요. 집으로 돌아가도 되고, 시화방조제를 건너 다른 곳에 가볼 수도 있습니다.

2.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 여행

여행의 미련이 남았다면 시회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가봅니다. 방조제를 넘다보면 아시겠지만 이곳도 인라인이나 자전거 등을 타기 좋습니다. 저희도 아직 못해봤지만 아이가 좀 크면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방조제를 다 넘으면 오른쪽으로 방아다리선착장이 보입니다. 진짜 섬 여행을 원한다면 배를 타고 이곳에서 가볼 수 있습니다.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에 가볼 수 있답니다. 아직 저희도 못 가봤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말씀드릴 것이 없네요. 인터넷에서 자료를 살펴보니 대부도 출발이 9:30이고, 승봉도 출발이 15:20분입니다. 배 시간은 1시간 20분 소요라는 군요.

일단 시간상 어려우니 미련을 버리고 대부도로 계속 달립니다. 그러면 오른쪽으로 선재도와 영흥도로 이어지는 길을 만나게 됩니다. 이정표가 잘 보이므로 따라만 가면 찾기는 쉽습니다.

선재도 가는 길에는 과속 방지턱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 과속하지 마시고 여유롭게 달리세요. 그러면 금방 선재대교를 만나게 됩니다. 이 선재대교를 넘으며 바라보는 좌, 우측의 섬들과 어선들의 움직임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다리에서 보면 좌측에 목섬이 있습니다. 이 곳도 물때만 맞으면 잠시 걸어서 들어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갯벌 사이로 드러난 모랫길을 걸어보는 것도 낭만적입니다. 하지만 신발에 펄 흙이 묻을 각오는 좀 하셔야 합니다. 모랫길까지 조금 갯벌을 걸어야 하니까 말이죠. 선재도에는 이 목섬 말고도 드무리와 측도가 바닷길이 열린다고 합니다.

▲ 목섬
ⓒ2005 방상철
물때가 안 맞았다면 이제 영흥도로 가보겠습니다. 자동차 바퀴 몇 번 돌면 바로 영흥대교가 나타납니다. 선재대교와는 달리 이 다리는 멋있습니다. 영흥대교는 1997년 8월 착공해 4년 3개월만인 2001년 11월 15일 준공하였습니다. 영흥화력발전소 건설과 연계하여 추진한 사업으로 영흥도와 선재도를 잇는 길이 1250m, 너비 9.5m의 왕복 2차로이며, 국내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건설된 해상 사장교이지요. 밤에 바라보는 대교의 모습 또한 일품입니다.

▲ 영흥대교
ⓒ2005 방상철
영흥대교를 넘었다면 이제 영흥도에 도착한 겁니다. 이곳에서 가볼 곳은 약130년 된 소사나무 군락으로 유명한 십리포 해수욕장입니다. 대교를 넘자마자 오른쪽에 이정표가 보입니다. 좁은 도로를 따라 마을길로 들어서면 해안도로가 나옵니다. 이곳에서도 영흥대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소사나무 군락
ⓒ2005 방상철
이곳 십리포 해수욕장은 넓지는 않지만 해변이 서해에선 보기 드물게 큰 모래와 자갈로 이뤄져 있습니다. 눈앞으로 무의도와 실미도가 보이고 멀리로 희미하게 영종도와 인천도 보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소사나무가 보호수로 관리되어 사방에 철책을 두르고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철책이 없어서 좋았었는데 이곳이 개발 되면서 철책이 생겼습니다. 좀 안타깝지요. 나무 사이에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사실이…. 이제 여행을 마치고 집을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하루 즐거운 여행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 영흥대교의 야경
ⓒ2005 김영윤
3. 탄도 누에섬 여행

오이도에서 시화방조제를 넘어 영흥도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면 저와 함께 탄도 누에섬에 가보시죠. 시화방조제를 넘으면 여기서 탄도까지는 18km입니다. 대부도의 풍경도 놓치지 마시고 여유롭게 운전하시면 곧 탄도에 도착합니다.

탄도 회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무료) 물때가 맞아 길이 열려 있다면 주저 마시고 누에섬을 향해 걷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약 30분 정도 걸으면 등대전망대가 있는 누에섬에 갈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의 펄 내음도 맡아보시고 칠게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도 살펴보세요.

▲ 탄도, 누에섬 가는 길
ⓒ2005 방상철
한참을 걷다보면 누에섬에 도착합니다. 조금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면 바로 '등대전망대'입니다. 이 전망대는 안산시가 어촌에 대한 관광기회를 제공하고 서해안 고깃배들의 안전조업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서, 2004년 3월 2일 개관하였답니다.

1층에는 누에섬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등대와 바다, 등대 이야기 등을 담은 그림과 자료들과 2층에는 국내외의 모형 등대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특히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항해를 할 수 있는 항법장비가 있어 어른, 아이 모두 재밌어 합니다. 또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물이 막 빠져 나갈 때나 들어올 때 찰랑거리는 바닷물과 함께 길을 걷는 겁니다.

▲ 탄도에서 바라본 일몰
ⓒ2005 방상철
이제 대충 해가 질 때쯤 되었겠지요? 그러면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왔던 길을 돌려 대부도로 나간다면 시화방조제 입구에서 차가 많이 막힐 겁니다. 저 같으면 제부도 방향으로 나가 사강을 거쳐(사강에서 조개를 사다가 집에 가서 드셔도 좋지요) 수원으로 향할 겁니다. 비봉 나들목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되니까요.

만약 물때가 맞지 않아 탄도에서 누에섬으로 가지 못했다면 당연히 궁평리로 길을 잡습니다. 궁평리 노을이 멋있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으니 실제로 확인해 보는 곳도 괜찮겠죠? 남양반도 남쪽 끝 화성시 궁평리 해수욕장에는 길이 2㎞의 백사장과 100년이 넘은 해송 5천여그루가 어우러져 있는 화성시가 뽑은 '화성8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바다 속으로 불덩이가 빠지는 듯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가 도와줘야 하지만…. 오늘 하루 저와 함께 몇 개의 섬을 다녀오셨나요?

▲ 궁평리 일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