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3색 절경의 동해안 고성여행

박상규 2009. 7. 13. 22:43

 

 
                                         [위크엔드] 산-바다-호수, 3색 절경의 동해안 고성
 
 

                        
                        어떤 이가 오랜 만에. 실로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고 치자. 이런 이들은 보통 욕심이 많게 마련이다.

                        아직 여행지를 정하지 못한 그는 지금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생각하고 있다. 희끗희끗한 산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겨울 바다도 있으면 훨씬 좋을 법하다. 호수도 같이 있으면 좋겠지만 다소 무리일까? 맛있는 제철 음식도 곁들여지고.
                        쌀쌀한 날씨에 지친 심신을 뉘일 수 있는 편안한 리조트에 온천까지 있다면….
                        “에이. 그런 곳이 어딨어”라고 손을 내젓겠지만 사실 우리 땅에는 그런 곳이 있다. 바로 동해안 최북단 고성·속초 해안이다.
                        누운 소처럼 거대한 산령(山嶺)들이 시야에 가득 차고 그림자는 명경같은 호수에 비친다. 등을 돌리면 바로 새하얀 모래사장의 바다다.
                        해안과 산맥을 나누듯 말아낸 도로는 물경 500㎞도 넘게 끝도 없이 뻗어 있다. 그림같은 경치에 360도 포위된 셈이다.

                        바야흐로 겨울을 맞은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속초·고성은 이처럼 흔치 않은 풍경으로 여행객들을 사로 잡고 있다.

 

 

                        ◇산·바다·그리고 호수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홍천과 인제 산촌 풍경의 간질간질한 유혹도 꾸욱 참아내고 기나긴 미시령 터널의
                         어둠속을 뚫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눈부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긴장해야 한다. 지금부터 단 한 순간. 한 커트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동해안 여행은 역시 아침에 부지런해야 한다. 갓 태어난 햇 태양은 억센 말 근육처럼 우람한 산봉우리들을 정면으로 비추이고.
                        물안개 피어나는 석호(潟湖·Bar bulit lagoon)의 아침풍경 또한 일품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육지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바다의 일부를 막는 바람에 생긴 호수가 석호다. 그래서 바다와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송지호 같은 경우엔 해수욕장과 불과 200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속초 시내에 알알이 박힌 호수들을 돌아볼
                        시간은 남겨 놓아야 한다. 청초와 영랑은 어느 시인이 ‘두 개의 맑은 눈동자’라 칭했을 만큼 고운 석호로 속초 시내에 박혀 있다.
                        특히 호반 전체가 공원으로 가꿔진 영랑호는 범바위 부근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산책로로 유명하다.
                        한 바퀴 슬슬 돌아보는데 40~50분 가량 걸리는데 고생한 다리는 아프지 않고. 외려 호강한 눈이 시릴 만큼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멈추다 못해 아주 드러눕고 싶은 길

 
                         금싸라기 명승을 줄줄이 꿰는 보석 목걸이 같은 7번 도로는 해안을 따라 북쪽 금강산까지 시원하게 이어졌지만.
                         ‘이 몹쓸 놈의 풍경’들이 당최 차를 제대로 달릴 수 없게 만든다. 아야진·송지호·가진항·거진항·화진포 등 그야말로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차창 밖 풍광들에. 어느새 브레이크 페달을 짓누르고 있으니 말이다. 북쪽 화진포부터
                         내려오든 속초에서 올라가든 자유지만. 거진항 어촌계 회센터 뒤로 새로 난 군도 2번 도로를 놓치면 아쉬울 듯하다.
                         파도가 넘실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지기 때문. 길은 여행자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김일성으로부터 이승만·이기붕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력자들이 탐냈던 아름다운 화진포에서는 눈을 가득 채울 수 있고.
                        명태의 고향이라는 거진항에서는 따뜻한 국물과 맛좋은 해산물로 시린 뱃속을 채울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인 지 반가운 겨울손님도 찾아들었다. 바닷속에는 기름 차오른 양미리가 그득하고

                        알찬 도루묵은 ‘도로 은어(銀魚)’라 불러 달라고 아우성이다. 요즘 이발(?)할 때가 된 털게도 꽉찬 속살을 자랑하고 있고.

                        제철을 맞은 도치는 더욱 부드럽게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물밖에는 호수에 모여든 겨울 철새들이

                        저들 만큼이나 수많은 사진작가들을 꾀고 있음은 물론이다.

 

※ 동해안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속초시 영랑호는 산책은 몰론이거니와 자전거로도 일주할 수 있는 호반도로가 일품이다. 인파가 씻겨 나간 깨끗한 겨울바다도 좋다. 해변에 가득한 송림을 걷고 싶다면 속초 해수욕장을, 빠닥빠닥 새하얀 모래를 밟고 싶다면 송지호 해수욕장을 찾아가면 된다. 외옹치 해수욕장은 파도소리를 듣기 좋은 곳. 고성 김일성별장은 화진포 호수와 금구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절벽에 자리해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안락함을 추구한다면 설악워터피아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좋다. 발해·고구려의 웅장한 건축물을 재현해 놓은 설악씨네라마에서는 대자연과 어우러진 역사 테마파크에서 카트 등 체험거리를 즐기며 사진촬영 등 '추억 남기기'를 할 수 있어 좋다. 1588-2299.


●쉴 곳=속초와 고성에는 수많은 리조트가 있지만 이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은 대명리조트. 덕분에 마당에 서면 기암괴석의 울산바위가 코앞에 있고 창밖에는 속초시내와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대명 설악의 아쿠아 객실 패키지는 패밀리형(원룸타입) 객실과 2인 조식 식사에 아쿠아월드 2인 자유입장권을 묶어 주중 9만 2000원부터 판매중이다. 1588-4888.


●먹을거리=너무도 많아서 하루에 4끼를 먹어야 할 판이다. 싱싱한 생선회가 일품이지만 제철맞은 양미리 구이가 입맛을 돋운다. 속초여객터미널 앞에서는 다음달 7일까지 양미리축제가 벌어지는데 좌판에서 즉석 구이를 맛볼 수 있다. 섭국도 끝내준다. 그저 예전에 '서비스'로 맛을 봤던 양식 홍합을 연상하면 안된다. 고추장 국물에 시원하게 끓여낸 자연산 '섭'은 쫀득쫀득한 속살이 일품이다. 톡톡 터지는 알을 가득 채운 도루묵과 못생긴 도치도 한창 제철인데, 제철 도치는 살과 뼈가 물러 한번에 국물까지 후루룩 떠먹는 맛이 시원하다. 도치알탕(사진)은 거진항 소영횟집이 잘 끓인다고 소문났다. (033)682-1929.

고성·속초 | 이우석기자 d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