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경해를 아십니까?

박상규 2009. 7. 14. 12:44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4월부터 울산 앞바다 고래 관광선 출항

고래박물관·반구대암각화 등도 한 묶음 볼거리


울산은 고래의 고장이다. 선사시대부터 고래잡이를 해 온 생생한 흔적들, 동해안 포경업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

거리에 즐비한 고래고기 식당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공해 도시였다가 태화강을 되살려내며 친환경 도시로 인정받은 울산이

이제 ‘고래 테마 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장생포항·고래박물관·반구대암각화·천전리각석 등을 둘러보고,

4월부터 운항할 고래 관광선까지 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고래 구경 여행 일정이 될 듯하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의 ‘고래싸움’에 씨 말라

동해바다를 우리 선조들은 ‘경해’(鯨海)라고 했다. ‘고래 바다’다. 19세기 들어 유럽 포경선들이 몰려와 마구잡이로 고래를 잡아갔다.

본격적인 고래잡이를 하지 않던 우리나라로선 열강들의 ‘고래싸움’으로 황폐화하는 경해를 지켜봐야만 했다.

노르웨이식 포경 방식(포살식)이 러시아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장생포는 동해안 포경산업의 전진기지가 됐다.

일제 때 일본 포경선들은 고래 회유 시기에 맞춰 7~8척이 장생포항으로 들어와 동해 연안을 거슬러 오르며 참고래·혹등고래·대왕고래들을 잡았다고 한다.

 광복 뒤엔 장생포 주민들이 포경선을 마련해 직접 고래잡이에 나서, 1986년까지 최대 21척의 포경선이 고래를 잡았다.

60년대까지는 대부분 길이 15m에 이르는 참고래를 잡다가 개체수가 줄면서, 포획 대상은 밍크고래로 바뀌었다.

하루 평균 5~6마리 정도가 장생포항에 들어와 해체됐다고 한다.

한때 네 곳이었던 고래 해체장은 다 사라지고 현재 용잠동 한진중공업 안에 한 곳의 흔적만 남아 있다.

세계의 고래와 장생포 포경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울산시 남구 매암동 고래박물관이다.

포경역사관·귀신고래전문관을 비롯해 복원해 놓은 고래해체장, 고래기름착유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귀신고래 실물 모형과 브라이드고래 뼈대, 장생포항 포경선도 전시돼 있다.

바로 옆엔 한반도 연해 고래류의 조사·보전·관리 연구를 수행하는 고래연구소가 있다.

동해안 고래 포획의 기록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변 바위벽에

신석기~청동기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가 있다. 1971년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국보)다.

가로 10m, 높이 3m가량의 바위에 다양한 인물상과 고래·상어·호랑이·사슴 등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림은 모두 296점에 이르는데, 고래 그림이 58점이나 된다. 고래 그림들은 너무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어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다.

새끼를 업은 고래, 창에 찔린 고래, 그물에 걸린 고래 등이 그려져 있다.

고래연구소 김장근 소장은 “바위엔 긴수염고래·귀신고래·범고래·돌고래류 등 아홉 종의 특징들이 현대 분류학의 분류대로 묘사돼 있다”며

“투창·그물·견인·해체 모습까지 옛 포경의 전모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놀라운 기록물”이라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2.3㎞ 떨어진 상류 물가엔 또다른 암각화 천전리 각석(국보)이 있다.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기하학적 무늬들과 신라 법흥왕 때의 명문들이 뒤섞여 있다. 천전리 각석 건너편 암반엔 공룡발자국 화석이 즐비하다.

미식가들에게 울산은 ‘12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 맛 기행지이기도 하다.

장생포항 주변 20여곳을 비롯해 울산시 전체에 80여곳에 이르는 고래고기 식당들이 있다.

고래고기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환경단체 등에선 고래 관광과 고래고기 식당은 양립하기 어렵다며 식당들의 업종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지역 음식문화로 자리잡은 먹을거리에 대해 업종전환 요구는 어불성설’이라는 반발도 만만찮다.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해 바닷가로 밀려온 고래를 가져다 쓴다지만, 진위 논란도 있다.

 


12가지 맛 고래 고기는 여전히 논란중


울산지역엔 고래고기를 즐겨 먹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처음 접하는 이들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리기도 한다.

한 고래고기 식당 주인은 “곱식이(돌고래의 별칭)는 자주 나오지만 냄새도 나고 질도 떨어지는 반면, 밍크고래는 냄새가 적고 고기 질이 좋다”며

“전문식당에선 대부분 밍크를 사들여 쓴다”고 말했다. 돌고래의 일종인 상괭이는 질이 더 떨어진다. 시장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돌고래류가 많다.



울산 여행쪽지

솔숲 vs 대숲 산책


◎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내려가 언양분기점에서 울산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울산 시내로 들어간다. 5시간 소요.

◎ 가볼 만한 곳  동구 일산해수욕장 옆의 대왕암공원(울기등대공원)엔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있다.

                           공원 들머리부터 대왕암에 이르는 600여m의 숲길엔 100년 이상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시내 태화강변엔 울창한 대나무숲(십리 대숲)이 조성돼 있다.

                           최근 신정동~태화동 사이에 보행자 전용 다리(십리대밭교)를 놓아 강 남북을 오가며 대숲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울주군 온양읍 고산리엔 10여 집이 가마로 전통옹기를 굽는 외고산 옹기마을이 있다.

 

5월14~17일 고래박물관 주변과 태화강 둔치에서 제14회 고래축제가 열린다. 울산시 관광과 (052)229-3851.

◎ 먹을 만한 곳 
4대째 비빔밥·메밀묵채를 하는 신정동의 함양집(052-275-6947),

                           언양 불고기로 이름난 언양의 기와집불고기(052-262-4884),

                           3대째 고래고기를 전문으로 내는 장생포 원조할매집(052-261-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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