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여백(餘白) 2 / 魯山 박노길

박상규 2009. 9. 1. 11:39
 

 

 

 여백(餘白) 2  
             魯山  박노길 
속이 더부룩할 땐 숲으로 가자
나무와 산새들 반기는 그곳엔
신이 주신 여백이 있다
백지에 그려진 곧은길이 아닌
꾸불꾸불하고 못생긴 오솔길
그래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과
다람쥐, 산비둘기와 눈길 주고받으며
노루귀, 바람꽃과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 냄새, 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의 여백을 나는 좋아한다.
머릿속이 터부룩할 땐 숲으로 가자
예전엔 마을과 마을을 이어 주던 길
이제는 마음과 마음을 엮어 주는 여백
온갖 똥 냄새가 상큼한 날일수록
피톤치드 산림 향에 푹 파묻혀
찌들은 심신이 천연색으로 바래면
나는 오솔길 같은 여백이 되고 싶다
본문이 아니라고 무시당하지도 않고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주는 쉼터
탐욕으로 망가진 정신을 곧추세우는
그러한 여백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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