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모든것

오지의 산 | 우암산 | 강원 삼척, 태백, 정선

박상규 2009. 10. 29. 17:54

          오지의 산 | 우암산 | 강원 삼척, 태백, 정선
 
야생화 만발한 생태보전지역의 천상화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태 답사산행으로 추천할 만

생태학적으로 우수하여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금대봉·대덕산 자연경관보전지역(4.2㎢=126만 평)이 2010년부터 사전예약제로 전환되어 운영된다. 이는 무분별한 입산행위를 제한하여 책임감 있는 생태탐방을 유도, 자연환경 훼손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또한 산불기간(매년 2~5월, 11~12월)에는 입산이 전면 통제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에 인접해 있는 우암산(1,347.6m)에도 불똥이 튀게 되어 있어 사전예약제 유예기간에 산행지로 택했다. 우암산 산행 들·날머리를 백두대간상의 두문동재(싸리재)로 잡으면 필히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흔적 남기지 않기’의 LNT(Leave No Trace)를 꼭 지켜야 하는 산이다.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을 잇는 38번 국도가 지나는 두문동재 밑으로 상·하행선 터널이 뚫려 두문동재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매우 불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정선 쪽이나 태백 쪽 두문동재터널 입구에서 하차하여 재말랑까지 1시간 이상 걸어야 하고, 자가용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겨울철 두문동재 가는 도로의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걸어서 재까지 가야 한다.


▲ 우암산으로 이어진 현란한 꽃길.

백두대간이 지나는 두문동재·싸리재(태백쪽에서는 두문동재, 고한쪽에서는 싸리재라 함)의 돌무더기가 있는 마고할미터 옆 생태감시초소의 방명록에 신고 후 생태보전지역에서의 준수사항을 생태감시원에게서 듣고 북쪽 바리케이드로 들어가자 넓은 산길 ‘불바라기’길이다. 꽃잎이 5장, 지름이 3cm쯤인 붉은 보라색 꽃을 피운 둥근이질풀, 깨알 같은 보라색꽃을 벼이삭처럼 매단 오리방풀, 골프공만 한 크기에 이름도 예쁜 동자꽃이 마중 나왔다. 불에 잘 타지 않아 부지깽이나무라고도 부르는 쉬땅나무의 백설 같은 꽃, 핏빛 같은 새며느리밥풀꽃, 개구릿대, 도둑놈의갈고리 등등, 길 양쪽으로 사열하는 꽃들에 눈 돌리기 바쁘다.


제1헬기장에 도착하니 숨이 멈출 것 같은 꽃밭이다. 모든 꽃 이름을 열거하기에 숨 차다. 둥근이질풀, 솜나물, 오이풀, 개시호, 기린초, 잔대, 마타리, 뚝깔, 송이풀, 흰송이풀, 층층이꽃, 참취, 세잎쥐손이, 산솜방망이, 물양지꽃, 톱풀, 동자꽃, 새며느리밥풀꽃, 짚신나물, 일월비비추, 참나물, 쇠서나물, 돌바늘꽃, 오리방풀, 산박하…….


생태탐방 나온 일가족 만나


헬기장을 뒤로하고 계속 불바라기 길을 따르자 갑자기 안개가 몰려온다. 뽀오얀 허공에 나타나는 꽃들이 더욱 청초하고 신비스럽게 보인다. 도라지모시대, 지리강활, 어수리, 처녀바디, 두메고들빼기, 여로, 파란여로…….


▲ 우암산에서 본 환상적인 풍경. 앞의 불룩한 봉은 1,325m봉이다. 왼쪽의 하늘과 닿은 산은 두위봉, 오른쪽은 노목산과 민둥산이다.

‘현위치 ②번’ 이정표가 서 있는 두 번째 헬기장 삼거리. 여기서 대형 그림지도가 있는 곳으로 올라 15분쯤 가면 금대봉 정상이다. 일행은 여기서 백두대간 마루금과 이별하고 넓은 불바라기 길로 직진한다. 안개 속 꽃밭에서 생태탐방을 나온 가족을 만났다. 엄마는 김광미, 아들은 최동민, 딸은 최지연. 엄마가 아이들에게 꽃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이 꽃은 꿀풀인데 생약명은 ‘하고초’야. 옛날 어느 효자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목이 아픈 편도선염에 걸린거야. 옛날에는 지금처럼 캡슐로 나온 항생제가 없었단다. 아들이 약초를 구하러 이 산 저 산 다니다 신선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신선이 꿀풀을 알려주었어. 꿀풀로 어머니 병을 고치고 행복하게 사는데 마을 원님의 어머니가 편도선염을 앓아, 내가 병을 고치겠다고 장담하고 꿀풀이 있던 장소에 갔더니 사라지고 없는거야. 꿀풀은 여름 한철 피었다 없어지는 식물이거든. 거짓말 했다고 원님께 혼이 난 후 다음해 여름에 꿀풀을 채취해 원님 어머니의 병환을 낳게 하여 후한 상금을 받아 효자는 어머니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뒤에서 듣고 있던 우리 모두 해피엔딩에 박수를 쳤다. 안개가 걷히며 멀리까지 시야가 트인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꽃으로 피어올랐다. 김광미씨 가족과 헤어져 곧장 걸으니 제1헬기장보다 더 숨을 멎게 하는 꽃의 천국 ‘제3헬기장’이다. 8월이 꽃의 절정인가? 키가 남보다 유난히 큰 프랑스 식물학자 이름에서 유래하였다는 노란색의 마타리, 역시 키가 크고 돌고래처럼 생긴 미나리아재과 식물로 진한 보라색 꽃을 피운 큰제비고깔, 키가 전봇대처럼 껑충한 흙갈색의 참여로 등이 만발했다. 그 뒤를 이어 개화할 식물들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수리취, 개미취, 미역취, 조밥나물, 각시취, 개쑥부쟁이, 흰까실쑥부쟁이, 벌등골나물, 산비장이, 고려엉겅퀴, 꿩의비름 등이 그들이다. 억새도 물론이다.


▲ 하산길의 마타리 꽃밭에서 산상음악회가 열렸다. 플룻 음률에 꽃이 즐거워하는 것만 같다.

제3헬기장을 지나 꽃길로 억덕길에 올라서니 서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우암산이 건너에 앉았고 백운산·두위봉·노목산·민둥산, 북동으로는 대덕산 뒤로 덕항산·청옥산·두타산·고적대를 이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품새에 한동안 넋을 놓고 섰다. 꽃바람에 향이 섞여 있어 정신을 맑게 한다.


구불텅 꽃길을 내려가자 ‘현위치 ④번’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좁은 숲길로 드는 길은 고목나무샘을 거쳐 벌밭등~분주령~대덕산~검용소~검용소주차장에 이르는 코스로 내년부터 산행예약제가 시행되는 길이다.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그대로 직진하자 지금까지 따르던 넓은 길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오른쪽의 우암산 사면을 끼고 좁은 전나무 숲길로 든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이 길은 계속 산사면을 따라 우암산 정상 서쪽 1,325m봉 까지 이어진다. 빠알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가시 발톱 3개를 드러낸 매발톱나무들이 중간중간 지키고 있어 조심하며 간다. 왼쪽 아래는 38번 국도와 함백산의 은대봉, 백운산의 스키슬로프와 골프장의 하이원 시설물들이 잘 보인다.


▲ 우암산 전위봉 초원. 둥근이질풀 군락에 마타리, 동자꽃, 산솜방망이가 듬성듬성 피었다.

약 30분 소요 후 1,325m봉에 올라서니 사방이 멧돼지들의 서식지다. 풀들이 허리 위까지 찬다. 길도 끊겼다. 오른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간다. 꽃들을 헤치고 올라서자 길이 나타난다. 능선에서 다시 시계 방향인 오른쪽 능선길로 방향을 틀어 동쪽의 우암산 정상을 향한다.


길은 협소하지만 식생은 금대봉과 대덕산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덜 훼손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정상이라는 표식은 전혀 없다.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가다 길을 잃고 이곳으로 가끔씩 ‘알바’하는 이들이 뚫어놓은 길일 터이다.


▲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큰제비고깔, 동자꽃, 어수리, 짚신나물이 피었다.

어두침침한 숲터널을 허리를 굽혀 빠져 나가니 둥근이질풀이 붉은색 융단이 펼쳐진 초원이다. 마타리가 하늘거리는 남쪽 하늘에 금대봉이 달덩이처럼 걸렸다. 이렇듯 멋진 초원의 꽃밭이 우리나라에 몇 곳이나 있을까? 임정호씨 부부는 사진도 찍고 꽃구경에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초원의 좁은 꽃길을 조심하며 내려서자 고목나무샘으로 가는 삼거리에 ‘돼지감자’라고도 하는 뚱딴지가 꽃을 피우려고 꽃봉오리를 달았다.


왼쪽 길로 산등성이를 내려서자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비탈길이다. 흙 위로 나무 뿌리들이 솟아오르고 길이 미끄럽다. 아름드리 신갈나무 고목 아래 귀신도 범접하지 못한다는 귀룽나무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아래 옹달샘 한강발원 ‘고목나무샘’이다. 이 외에도 제당굼샘, 굴물, 석간수 등이 검용소에 모여 514km 남한강을 만들었다. 고목나무샘 물맛을 보고 되돌아 ‘현위치 ④번’ 이정표로 나오자 다시 천상화원이다. 제3헬기장에서 금대봉을 올라보고 2헬기장과 1헬기장을 지나 들머리로 택했던 두문동재에 도착하니 아직도 해는 중천에 있다.


>> 산행 길잡이


두문동재~(15분)~현위치 ②번 이정표~(15분)~제3헬기장~(15분)~현위치 ④번 삼거리~(30분)~1325봉~(30분)~우암산 정상~(15분)~④번 삼거리~(10분)~고목나무샘~(10분)~④번 삼거리~(15분)~제3헬기장~(15분)~금대봉 정상~(10분)~제2헬기장~(15분)~두문동재


※산행 사전예약 : 태백시 환경과(033-550-2062)


>> 교통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두문동재 터널 입구부터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고한행 버스는 하루 30회 운행(05:35~23:00)한다.


>> 숙식 (지역번호 033)


태성25시생고기식당(553-7752)은 한우 판매 외에도 설렁탕과 선지국이 별미다. 맛나분식(556-2806)에서는 도시락 주문이 가능하다. 태백한우골(554-4599), 검용소 입구 검용민박 식사 예약 가능(김영옥 010-9705-4412). 그 외에 검용소 입구 한강의 아침(552-7451),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8-7238), 동경장여관(552-6624), 알프스장(552-2620), 한우랑돼지랑(553-6114), 농가한우실비(553-5177)가 있다.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