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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속으로 떠나는 식도락여행

박상규 2009. 11. 6. 22:07

 

 

늦가을 속으로 떠나는 식도락여행

 

입이 즐거워야 여행이 재미있다! 늦가을 속으로 떠나는 식도락여행
가만히 있기엔 엉덩이가 들썩들썩,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절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기후 변화로 가을이 짧아져 더욱 아쉬운 요즘, 이 계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지금 가봐야 할 곳들을 우선순위로 챙겨보자. 맛있는 음식과 함께한다면 짧은 여행만으로도 지치고 늘어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일품 한우, 특급 매운탕’
 
정읍 내장사
내장산은 이맘때면 단풍 관광객들이 최고로 몰리는 곳. 30여 종의 활엽수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내장사 역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3백m의 단풍터널이 내장산 단풍의 압권. 현기증이 일 정도로 새빨간 단풍길이 이어진다. 단,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엔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이 흠. 그래도 소란스러움을 감수하고도 구경하고 싶을 만큼 색깔이 고운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내장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정읍 산외면 한우마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산외 한우마을은 한우를 특화해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은 한우촌으로 정육점 30여 개와 한우 관련 식당 20여 개가 포진해 있다. “DNA 검사를 통해 100% 한우만 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한 가격(등급에 따라 1만5천~2만원)에 맛볼 수 있다. 현지 정육점에서 직접 구입한 한우는 음식점에 가 불판과 6천원만 내면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 한우 1인분(200g) 기준 4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인 도회지 식당들에 비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는 탁월한 것. 이런 이유로 평일에는 2천여 명, 휴일에는 3천여 명 이상의 손님이 몰린다. 이따금 한우사랑 문화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로 진입, 내장IC로 나와 직진 후 송죽삼거리에서 우회전 문의 내장사(063-538-8741)

‘안 먹으면 섭섭, 밥도둑 꽃게’
 
안면도 황도
사진 동호인들의 ‘완소 여행지’로 꼽히는 황도는 서해 안면도의 부속 섬으로 천수만을 붉게 물들이는 서정적인 일몰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천수만을 앞에 두고 있어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겨울에는 천수만으로 날아든 철새가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무엇보다 홍성IC와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서울에서 새벽 4~5시쯤 출발하면 황도에서 해돋이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여행이 될 수 있다.
서해에 갔으니 꽃게를 안 먹고 온다면 섭섭하다. 9~11월엔 꽃게가 한창이라 여느 때보다 씨알 굵은 꽃게를 맛볼 수 있다. 살이 토실하고 탄력이 있어 ‘밥도둑’이란 말을 실감할 정도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배어 있는 꽃게장,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속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그만인 꽃게찜, 각종 야채와 양념이 어우러져 얼큰하고 기막힌 맛을 내는 꽃게탕 등 어떤 요리로 표현돼도 꽃게는 훌륭한 맛을 낸다. 계절별로 본다면 봄철 꽃게는 알 밴 암게를, 가을철 꽃게는 살이 많은 수게를 최고로 친다. 겨울철에는 주로 냉동 꽃게가 판매된다.
싱싱한 꽃게를 고르는 비법은 살아 있는 꽃게는 다리 힘이 세고 팔팔한 것, 죽은 꽃게라면 무거울수록 좋다. 다리가 고무 밴드로 묶여 있는 건 수입산이다. 다리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밴드를 하기 때문이다. 물통에 담겨 있는 꽃게보다 왕겨에 묻혀 있는 꽃게가 더 싱싱하다. 게를 뒤집었을 때 배꼽 윗 부분이 깨끗한 것, 다리 밑 부분이 청색빛이 도는 것을 고른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로 나와 갈산·AB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안면도 진입 문의 041-670-2208

‘자연과 함께 먹는 떡갈비&전골’
 
동두천 소요산
기암괴석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경기도 동두천의 소요산(536m)은 서울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도 갈 수 있는 만만한 산. 소요산역에서 2~3분이면 소요산 입구에 닿기 때문에 주말이면 등산객들로 늘 붐빈다. 산으로 오르는 초입이나 주변이 번잡하긴 하지만 그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곳이 있다. 고즈넉한 풍경을 품은 보석 같은 절, 원효암이 바로 그곳이다. 아무 곳에나 엉덩이를 털썩 깔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뀌 기울여보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부지런히 들려온다.
뭐니 뭐니 해도 산을 내려와 먹는 음식들은 그야말로 명품 맛. 소요산 초입엔 식도락가들이 ‘쉬쉬~’ 하며 찾는 맛집들이 숨어 있다. 고기류나 전골류를 파는 식당부터 산채비빔밥, 매운탕 등을 파는 식당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좀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다면 동두천 쪽으로 가보자. 신시가지보다 구시가지 쪽이 좀더 다양하다. 특히 보쌈김치에 싸 먹는 개운한 떡갈비 맛은 등산을 좋아하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다.
먹는 데만 바빠 관광을 빼놓을 수는 없는 법. 소요산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고즈넉한 풍경의 원효암 입구에 있는 단풍숲.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자재암은 천연 암굴인 나한전과 청량폭포,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아무 곳에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귀를 기울여보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부지런히 들려온다.

3번 국도를 따라 양주·동두천 방향으로 직진, 전곡 방향으로 가다 소요산 이정표에서 우회전 문의 소요산관리사무소(031-860-2065)

‘밥 한 공기 뚝딱~ 곤드레나물’
 
정선 5일장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재래시장 풍경은 풍성함이 더해져 더욱 정겹다. 시골장을 구경하며 토속 음식을 맛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그중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의 정선 5일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장으로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린다. 드라이브를 겸하여 자가용을 이용해도 좋지만 정선 5일장 특별열차를 이용하면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열차는 장날에 맞춰 서울역(청량리역 경유)에서 오전 7시 10분에 출발한다.
정선 5일장은 정선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버스를 이용하면 5분 거리에 있다. 처음에는 인근 산골에서 채집한 나물, 약초 등이나 생필품을 사고파는 작은 시골 장터였지만 지금은 어느덧 먹는 즐거움을 찾는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가 됐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한쪽에선 엿장수가 각설이 타령을 하고, 다른 한쪽에선 수수부꾸미나 메밀전병을 열심히 부쳐내며 구수한 냄새로 객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정선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들은 끼니를 걱정하던 보릿고개 시절 정선군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들이다. 이제는 기름진 음식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일부러 담백하고 구수한 이 음식들을 먹으러 정선을 찾는다.
뭐니 뭐니 해도 정선 5일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나는 산나물과 약초 등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 그중 곤드레나물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간에 좋다는 다슬기도 없어서 못 판다고.
인근 정선 구절리로 가면 기차 펜션을 비롯해 레일바이크와 풍경열차, 카페 등이 기다리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이 가을 단풍 산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철길을 따라 페달을 구르며 달리면 청량한 가을바람이 몸속 깊이 파고든다. 코레일투어서비스 등에서 판매하는 정선 5일장 및 레일바이크 코스 연계 상품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 나와 우회전 후 42번 국도 이용, 평창 지나 정선군청 부근 문의 정선군청(033-562-3911)

‘싱싱한 굴이 제철’

 

통영 미륵도
겨울 바다는 그럴싸한 멋은 있지만 실제로 겨울 바다와 대면하면 스산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겨울보다는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가 철 지난 바다여행을 즐기기엔 제격이다. 적당히 스산하면서 운치가 있으니까. 상쾌한 굴 향이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피어난 구절초 향기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면 통영항에서 동남 방향으로 26km 떨어진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가자. 약 6천6백11㎡(약 2천 평)의 등대섬은 천천히 걷거나 배로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썰물 때는 ‘모세의 기적’(바닷물이 갈라지는 현상)도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들꽃이 피고 지는데 11월 초·중순이면 순백의 구철초가 장관을 이룬다.
산양일주도로가 있는 미륵도는 통영대교와 충무교와 함께 1932년 동양 최초로 만들어진 해저터널로 이어진 섬이다. 미륵도 순환도로는 통영이 자랑하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바다를 차창에 달고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볼거리만큼이나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미륵도에서는 어민들이 직접 잡아 올리는 바닷장어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한겨울 원기를 불끈 돋아주는 자연산 토종 굴을 빼놓을 수 없다. 맛도 맛이지만 ‘바닷속 비아그라’라고 불릴 만큼 영양도 제대로다. 육질이 부드럽고 특유의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 날것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통영의 고유한 술문화 공간인 다찌집에 가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찌’는 서서 먹는다는 의미의 선술집 형태를 얘기하는데 통영에는 술을 주문하면 안주는 해산물 위주로 무한 리필되는 ‘다찌집’이 많다. 물론 서서 먹는 건 아니니 걱정은 금물! 소매물도엔 딱히 변변한 음식점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과 음료 정도는 준비해 가는 게 좋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사천IC로 나와 사천읍 진입 후 33번 국도를 타고 고성읍을 지나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통영시 도착. 문의 통영시청 문화관광과(1577-0557)

자료제공 : |우먼센스
기획 | 하은정 기자 취재 | 박주원(자유기고가) 사진제공 | 서울문화사 자료실, 정선군청, 정읍시청, 통영시청, 태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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