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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대금굴의 신비'

박상규 2009. 7. 14. 00:18

삼척 '대금굴의 신비'

               

                 삼척 '대금굴의 신비'(문화일보)

                                        ‘황금빛 종유석’ 커튼을 드리운 듯… ‘백옥의 석순’ 지상으로 치솟을 듯…

 


모노레일에서 내다본 풍경.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종유석이 늘어져 있는 대금굴 관람로.

계단식 논모양으로 만들어진 휴석소.

 
# 태백산맥 주능선의 협곡을 따라 동굴로 가는 길

삼척은 바닷가의 도시지만, 내륙 쪽으로는 깊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다. 삼척의 대표적인 동굴지대는 신기면 대이리 일대. 백두대간의 줄기인 지각산(1085m), 양태봉(1059m), 덕항산(1071m) 사이의 깊은 협곡에는 삼척의 대표적인 동굴 환선굴이 있다. 꼭 동굴이 아니더라도 이쪽의 계곡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환선굴을 찾은 관광객들은 계곡을 그저 스쳐지나지만, 물길로 내려서보면 이곳의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된다. 물가의 관목이며 낙엽송들이 연초록 신록으로 물들어 있고, 그 아래 계곡을 따라 풍부한 옥색 계류가 흘러내린다.

계곡의 물은 대부분 환선굴로 가는 길 왼쪽의 물골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예부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는데, 이 물골의 상류에 새로 공개되는 대금굴이 있다. 물골의 가파른 절벽 자갈들 틈 사이로 폭포수같은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지난 2000년 ‘동굴이 있을 것’이란 추측으로 삼척시에서 탐사를 시작했다. 3년여 동안 자갈과 바위 틈새를 들춰내며 150m쯤 물길을 찾아들어가, 다시 18m의 수직동굴로 하강, 좁은 틈새를 비집고 70m를 들어가는 악전고투의 탐사 끝에 2003년 동굴을 발견했다.

이렇게 3년여 동안 발굴된 대금굴은 또다시 4년여 동안의 모노레일 설치와 동굴내부 관람로 설치 등의 공사를 거쳐 오는 5월말쯤 일반공개를 앞두고 있다. 삼척시가 대금굴 개발에 들인 돈만 170억원. 관람객의 숫자를 제한하는 탓에 향후 19년이 돼야 겨우 투자비의 원금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굴 자체의 관람요금으로는 ‘남는 장사’가 아니지만,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개발이 이뤄졌다.

# 대금굴, 5억년의 신비를 미리 밟아보다

너와지붕을 얹은 대금굴 관광센터에서 출발한 42인승 모노레일은 부드럽게 레일 위를 달렸다. 최고속도는 분속 120m라는데,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객실의 차창이 커서 덕항산 자락의 풍경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왼쪽 차창 아래로는 물골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고 있다.

가파른 언덕길을 500여m쯤 달리면 입을 떡 벌린 동굴의 입구. 동굴의 레일 아래로 콸콸대며 흘러가는 물줄기가 빠르다. 모노레일이 동굴 입구를 들어서 170m쯤 더 달리면 종점인 동굴광장이다. 80여평쯤 될까. 이곳 광장에서부터 1225m의 철제 관람로를 따라서 본격적인 동굴관광이 시작된다.

동굴 속에서 눈이 어둠과 희미한 발광다이오드(LED)불빛에 익숙해질 즈음,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5m높이의 지하 비룡폭포다. 땅속에 어찌 이렇게 큰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일까. 관람로는 폭포를 만드는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관람로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 곡석을 비롯한 동굴 생성물들이 가득 펼쳐져 있다. 종유석과 석순에서는 수억년 전과 마찬가지로 촉촉하게 젖은 채 똑똑 소리를 내며 물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순백색의 종유석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 동굴이 진정 살아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중력의 법칙을 거부하고 동굴 벽면에 평행방향으로 자라난 곡석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다는 커튼형 종유석들도 눈길을 잡는다. 특히 커튼형 종유석은 노란 금빛인데다 군데군데 반짝이가 박혀 있는 듯 빛나, 굴이름이 ‘대금(大金)’으로 붙여졌다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 천변만화… 기이하고 환상적인 굴 속의 풍경

동굴관람로를 따라 한편으로는 기이하고, 또 한편으로는 황홀한 풍경들이 이어진다. 특히 높이가 3.5m에 달하는 직경 3~4㎝의 막대형 종유석은 금시 똑 부러질 것 같이 위태롭게 서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물이 떨어지는 석순과 거의 맞붙을 것처럼 가까워 곧 기둥인 석주가 될 것같다. 하지만 종유석을 만들어낸 세월이 4억5000만년이라니, 석주가 되려면 앞으로도 수천만년이 흘러야 하리라.

이 곁에는 ‘에밀레종’이라고 이름 붙인 종 모양의 대형 종유석이 있다. 기기묘묘한 동굴 생성물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지만, 동굴관리소측은 에밀레종 외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상상력으로 직접 이름을 붙이게 한다는 뜻이다.

관람로에는 또 수심 9m에 달한다는 호수가 있다. 어찌나 물이 맑은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흐린 조명 속에서도 물 속이 마치 거울처럼 들여다보인다. 물밑 바닥의 돌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수심 9m 아래 바닥에 10원짜리 동전이라도 떨어진다면, 금세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관람로는 호수 쯤에서 끝난다. 맑은 호수 밑으로 20m쯤 들어가면 동굴이 다시 이어진다는데, 자칫 훼손될 위험이 있는데다 현재 기술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금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동굴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개방되는 대금굴의 관람로가 전체 동굴의 30% 정도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만 할 뿐이다. 대금굴의 나머지 70%는 앞으로도 수억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한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훼손없이 공개되는 당대 최고의 동굴

대금굴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공개되는 유일한 동굴이다. 탐사부터 굴착을 통한 개발까지 삼척시가 전담한 덕에 탐사과정 외에는 훼손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동굴생성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공개된 이후 훼손을 막는 방안. 대금굴관리소측은 본격 공개 이전까지 한달여 동안에 보호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지만, 완벽하게 보호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굴을 소중히 여기는 관람객들의 마음이 없이는, 대금굴은 금세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금굴 입장료는 모노레일 이용료와 인근 환선굴 관람료 등을 포함해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대금굴 관람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 4인가족 관람시 5만원대에 달하는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금굴을 한번이라도 둘러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싼 값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돈 값을 할 만큼’ 비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금굴이 수억년의 세월을 건너와 비밀스러운 문을 열어 보여주는 것은 이색적인 경치뿐만은 아니다. 자연과 시간에 대한 외경, 혹은 찰나와 같은 삶과 존재의 하찮음에 대한 깨달음. 대금굴의 비경 뒤에는 이런 속살들이 있다. 다소 거창해보이긴 하지만, 누군들 대금굴에 들어서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금굴의 신비한 풍광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단지 종유석이나 석순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신기면 ‘환선굴’ 인근서 모노레일 출발
어떻게 가나
대금굴은 환선굴 인근에 있어 같은 매표소를 쓴다. 따라서 대금굴을 가려면 환선굴을 찾아가면 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려면 영동고속국도를 이용해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해시까지 간다. 동해고속도로 종점에서 내려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삼척 방향)으로 가다가 태백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로 갈아타고 20㎞쯤 가면 신기면 소재지에 이른다. 여기서 환선굴 가는 방향임을 알리는 커다란 동굴형 입간판을 따라 우회전해 7㎞쯤 더 가면 환선굴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편으로 계곡을 넘는 박쥐모양의 목재다리가 서있다. 이 다리를 건너 나무데크 길을 따라 낙엽송길을 올라가면 대금굴 관광센터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에서 대금굴 광장으로 이어지는 모노레일이 출발한다.

대금굴은 하루 출입인원을 철저히 제한할 예정. 42인승 모노레일에 맞춰 40명 단위로 팀을 구성한 뒤, 동굴에서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3팀이 움직이게 된다. 하루 최고 관람인원은 720명 안팎이다. 관람권은 성인기준 1만2000원인데, 인터넷 예약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5월말 첫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지만, 언제부터 예약을 받을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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