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문학

호수로 난 숲길을 걸으며 ~

박상규 2009. 9. 18. 12:28



호수로 난  숲길을 걸으며 ~ 
여름이 푸르게 열리는 새벽에
호수로 이어진 숲길로 갔습니다
소나기에 몸 씻은 나무가 
가지에 물방울을 떨구니
샛강이 막 깨어나 시냇물로 달려갑니다
지난밤 천둥번개에 시달린 수풀은
헝클어진 머리를 바람에 빗고
나뭇가지를 통통거리는 작은 새
투명한 소리와 날갯짓으로
동쪽 숲의 햇살을 재잘입니다
거미는 그물에 촘촘이 이슬을 꿰고
다람쥐가 잽싼 달음질로 아침을 나르며
고요함을 등에 업은 거북이
분주한 아침 숲에 풍경을 응시하다
수면에 파문을 짓고 사라집니다
하늘 담은 호숫가 나무 둘레에
주홍빛 나리꽃이 얼굴 내밀어
오늘을 향해 미소지으면
산딸기 같이 송글송글한 아침을
한아름 따서 마음에 담고 돌아옵니다